본문에서 말하는 ‘의’는 6절에서 말하는 ‘의’와 관련이 있습니다. 본문의 ‘의’(디카이오쉬네, δικαιοσύνη)는 6절의 ‘의’와 원어적으로 동일합니다(제자원, 332). 이 ‘의’는 ‘윤리적인 의’인 동시에 ‘종교적인 의’입니다(제자원, 332). 즉 ‘정의’, 그리고 ‘칭의’와 ‘성화’와 관련된 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본문의 의는 6절의 의미를 포함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11절과 관련되기 때문에 ‘칭의’와 ‘성화’의 의미가 강조됩니다.
팔복의 구조는 첫 번째 복과 마지막 복은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로 같기 때문에 ‘인클루지오’(수미상관)구조를 이룹니다(양용의, 97). “이 구조는 여덟 개의 복이 모두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사실을 다양한 측면에서 표현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양용의, 97). 가난과 박해는 사실 천국과 가장 어울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이것들이 천국과 직접으로 관련된다고 예수 그리스도는 말씀하고 계십니다(양용의, 97).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천국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과 얼마나 다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양용의, 97).
본문 11-12절은 3인칭에서 2인칭으로 바뀌어지면서 여덟 번째 복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적용시키고 있습니다(카슨, 176). 11-12절에 나오는 복을 아홉 번째 복으로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헤그너, 219; 헤어, 81). 그러나 11-12절을 아홉 번째 복으로 해석하기보다는 10절의 연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바톤 외, 141). 앞의 팔복은 3인칭으로 말하였는데, 11-12절은 2인칭으로 전환하여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 제자들을 향해 직접적으로 10절의 복과 관련해서 제자들이 경험하게 될 박해에 대해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바톤 외, 142).
11-12절은 의로운 삶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카슨, 176). 그래서 이 구절은 ‘기독론적인 주장을 암시’하고 있습니다(카슨, 176). 왜냐하면 선지자들이 하나님께 충성하였기 때문에 박해를 받았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예수 그리스도께 충성하기 때문에 박해를 받고 있다고 선언하기 때문입니다(카슨, 176). 여기서 선지자들과 비견되는 것은 제자들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하나님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있습니다(카슨, 176).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것은 의롭게 사는 것이며, 이 악한 세상은 의로운 삶을 미워합니다(바톤 외, 142).
10절의 박해는 제자들에게 적용시키면서 예수 그리스도는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라고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참조. 카슨, 176). 11-12절은 병행구절인 누가복음 6:22-23에서는 “너희를 미워하고 멀리하고 욕하고 너희 이름을 악하다 하여 버릴 때”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박해는 ‘욕, 박해, 악한 말, 미워함, 멀리함, 악하다고 내침’의 형태로 나타남을 예시합니다.
이런 박해를 받음에도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사람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천국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고 ‘하늘에서 상이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므로 미래의 기쁨을 현재 이 순간에 누리라는 것”입니다(헤그너, 220).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때 주시는 커다란 상급과 비교하면 그 박해는 무색해질 것”입니다(바톤 외, 142).
구속사와 영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본문 11-12절은 합당한 ‘신앙의 응답’의 내용입니다(카슨, 177).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행 5:41; 고후 4:17; 벧전 1:6-9; 단 3:24-25)[카슨, 177]. “박해는 우리의 믿음을 입증”합니다(바톤 외, 143).
초대교회 로마제국의 박해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서기 313년 ‘밀라노 칙령’을 내려 기독교를 공인하기까지 로마제국은 3세기 동안 기독교를 박해 했습니다(가스펠서브, 1163). 로마 박해 시작은 네로 황제가 서기 64년에 로마의 대화재 때문에 소요가 일어나자 그 책임을 기독교인들에게 돌려 희생양으로 돌린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김영재, 62). 네로 박해는 로마에 국한 되었습니다(김영재, 62). 이때 베드로와 바울이 순교했습니다(가스펠서브, 1163). 로마의 대표적인 10대 박해는 이렇습니다(가스펠서브, 1163-64). 64년 네로(Nero), 90-96년 도미티아누스(Domitianus), 98-117년 트리야누스(Traianus), 117-138년 하드리아누스(Hadrianus), 161-180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202-211년 셉티미우스 세베루스(Septimius Severus), 235-236년 막시미누스(Maximinus), 249-251년 데키우스(Decius), 259-260년 발레리아누스(Valerianus), 303-311년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와 갈레리우스(Galerius).
“교부 히폴리투스의 기록에 따르면, 3세기 초에 셉티미우스 세베루스(Septimius Severus, 193-211) 황제 치하에서 최초로 로마 제국 전역에 걸쳐 일률적으로 박해가 일어나서 카르타고, 알렉산드리아, 로마, 고린도, 안디옥 등지에서 많은 신자들이 화형(火刑)을 당하거나 태형(笞刑) 혹은 참수형(斬首刑)을 당하며 순교하였”습니다(김영재, 64).
“데키우스(Decius, 249-251)는 교회를 박해한 대표적인 황제”입니다(김영재, 64). “교회사가 유세비우스는 데키우스를 조직적으로 기독교를 박해한 최초의 황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김영재, 64). 테키우스 박해때 순교자, 배교자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가스펠서브, 1164).
“303년부터 305년까지 디오클레티안(Diocletian) 황제가 심한 박해 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북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의 평신도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배교하는 불행한 일이 있게 되었”습니다(김영재, 65).
북아프리카 교회의 모습과 흡사한 배교의 길을 걸어간 교회가 일제 강점기 때 한국 교회입니다.
한국 교회는 신사참배를 교단들이 시기는 다르지만 다 굴복하였습니다. 안식교는 1935년 신사참배 가결하였습니다(임경근, 261). 로마 가톨릭은 1936년 5월 26일 이탈리아 무솔리니 지배하에서 신사참배를 허락하는 훈령을 내렸습니다(임경근, 261). 감리교는 일제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1936년 6월 감리교 총리사 양주삼이 총독부 초청좌담회 참석 후 일제의 입장을 따르기로 했고, 이것이 감리교 내부에서 문제가 되자, 다시 1938년 9월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300). 장로교는 1938년 9월 9일에 열린 제27회 장로교 총회 때 신사참배를 가결하였습니다(임경근, 264-66). 이로써 안식교, 성결교, 감리교, 구세군, 성공회, 장로교 등 한국 교회는 일제 신사참배에 굴복하여 집단적으로 배교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배교의 길을 걸은 한국 교회는 부일협력을 하였습니다(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310-323).
250년경 데키우스의 박해가 있고 난 후 배교자의 처리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김영재, 112). 수천 명의 배교자들이 사죄함을 받고 다시금 교회에 들어오기를 원했습니다(김영재, 112). 로마 감독 코르넬리우스(Cornelius)는 관용을 베풀어 배교자들을 교회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노바티안(Novatian)은 이것에 반대했습니다(김영재, 112). 배교자 처리문제에 대해 노바티안은 터툴리안 견해와 박해 시절에 키프리아누스가 가졌던 견해를 따르면서 배교자들을 교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김영재, 112). 이러한 노바티안을 따르는 무리들인 노바티안파는 252년에 카르타고에도 자파의 감독 막시무스(Maximus)를 세우면서 분파운동이 북아프리카까지 파급되었습니다(김영재, 112).
키프리아누스는 주교 당시 교회에서 이단 종파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가 다시 보편 교회로 돌아온다면 세례를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보아 교회 밖에서는 성령께서 활동하시지 않으므로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위키백과, “키프리아누스”). 키프리아누스는 신학적으로 테르툴리아누스에게 많이 의존했으나 교회 문제에는 의견을 달리하여 교회의 하나 됨을 존중하였고 그것을 위하여 박해 때에 배교한 사람들도 회개할 경우에 받아들이는 등 교회의 하나 됨을 강조했습니다(김영재, 123).
309년 로마제국의 박해가 끝나고 313년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북아프리카 교회는 배교자들을 구분하여 배교 행위에 따라 출교, 제재, 용서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위키백과). 이 과정 가운데 신앙을 지켰던 고백자들 가운데 용서를 수용하지 않고 배교자 전체를 출교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파가 등장하였습니다(위키백과). 급진파였던 도나투스파들은 배교자 색출과 처분을 강력히 주장하여 기존 교회에서 자신들이 구별된다고 여기고 급진적인 분리주의자가 되었습니다(위키백과). 도나투스논쟁에 대해 411년 호노리우스 황제의 칙령으로 카르타고에서 신학 논쟁을 위한 회의가 열렸습니다(김영재, 165). 이 논쟁을 주도한 신학자는 어거스틴과 도나투스파 감독 페틸리안(Petilian)이었는데 황제의 대리인은 로마 가톨릭 측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김영재, 165).
디오클레티아누스는 305년에 퇴위했지만 그의 황제 숭배칙령은 309년에 마무리됩니다(위키백과). 이 로마제국 전역에서 일어난 7년 동안의 박해로 인해 기독교인들은 배교자와 고백자 그리고 순교자로 나뉘었습니다(위키백과). 교회는 박해 후에 도나투스파처럼 배교자에 대해 극단적인 입장을 취한 견해를 가진 분파주의도 있었지만 신앙을 지킨 고백자들을 중심으로 배교자를 용서하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재건되었습니다(위키백과).
한국 교회의 배교는 북아프리카 교회와 겹칩니다. 한국 교회에서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된 사람은 대략 2천명에 이르고 2백여 교회가 폐쇄되었으며 50여 명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337-38).
도나투스파는 너무 극단적으로 나갔기 때문에 바람직한 배교자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배교자들를 용서하고 수용하는데 있어서 가벼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회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 교회가 신사참배와 부일행위에 대해 얼마만큼 회개를 하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아프리카 교회의 재건은 도나투스파라는 분파주의가 있었지만 신앙을 지킨 고백자들을 중심으로 배교자를 용서하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재건되어 교회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나 한국 교회는 신사참배에 저항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배교자들을 용서하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재건된 것 같지 않습니다. 대다수가 배교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아프리카 교회도 대부분이 배교했지만 로마 제국 전체적으로 신앙을 지킨 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교회의 순수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한국 교회는 모든 교단들이 집단적으로 신사참배를 수용했기 때문에 북아프리카 교회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양상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교회는 지속적으로 교회의 순수성 유지를 위해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하기를 힘써야 할 것입니다.
박해를 받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지만” ‘실상은 천국을 얻습니다’(그린, 119). 우리의 신앙이 기꺼이 박해를 받는 신앙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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