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교회 김태완 목사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질문과 답은 황대우 편역의 『문답식 하이델베르크 신앙교육서』를 따른다.

96문 하나님께서 제2계명에서는 무엇을 원하십니까?

답.....우리가 어떤 방법으로도 하나님을 형상화하지 말아야 하고, 또한 하나님께서 자신의 말씀에서 명령하신 것과 다른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분을 숭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97문 그렇다면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아야 합니까?

답.....하나님은 결코 형상화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비록 피조물들이 형상화 될 수는 있겠지만, 인간이 그것을 경배하거나 그것으로 하나님을 섬길 목적으로 그와 같은 형상을 만드는 것과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금하셨습니다.

98문 하지만 그 형상들이 교회에서 평신도용 교재로도 허용될 수 없다는 겁니까?

답.....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보다 더 현명하려고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말 못하는 우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말씀에 대한 살아 있는 설교로 교육하기를 원하셨던 분이십니다.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읽으시고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동로마(비잔티움) 기독교는 ‘단성론’과 ‘성상숭배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1] “기독교 세계를 갈라놓은 기독론 논쟁을 끝내고자 칼케돈 공의회를 열었지만(451), 나사렛 예수의 정체에 관한 공의회의 공식 정의는 동로마제국 전역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얻진 못했”습니다.^[2] 칼케돈 공의회의 결정에 대해 이집트와 시리아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단성론자들’은 그리스도를 오직 한 본성만을 가진 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3] ‘단성론자’(Monophysite)라는 용어는 칼케돈 공의회의 결정에 우려를 품었던 사람들이 널리 쓴 말은 아닙니다.^[4] 그들은 대체로 ‘한 본성론자’(Miaphysite)를 선호했습니다.^[5]

“이는 6세기에 신학자들로 하여금 신학 수완을 발휘하여 두 진영의 의견 차이를 최소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들을 하도록 자극했지만, 결국 이 다툼은 치유 불가임이 드러났”습니다.^[6] 이 다툼은 결국 서방교회와 동방정교회의 대분열로 이어졌습니다.^[7] 동방정교회는 처음에 열렸던 세 교회일치 공의회의 권위만 인정”합니다.^[8] 그 세 공의회는 ‘니케아 공의회’(325),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 ‘에베소 공의회’(431)입니다.^[9]

“그러나 이 시대에 벌어진 가장 중대한 다툼은 기독교 예배와 섬김에서 성상(icons)이 차지하는 위치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10] “동방정교회의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공예배와 개인의 사사로운 신앙생활에서 성상을 ‘인식의 창’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11] 그래서 “이런 관습은 8세기와 9세기에 벌어진 ‘성상파괴’(iconoclastic, ‘형상을 파괴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나왔다) 논쟁 때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12]

730년에 일어난 첫 번째 성상파괴 논쟁은 황제 레오 3세가 콘스탄티노폴리스 대궁전으로 들어가는 공식 입구 위에 있던 그리스도 형상을 제거하라는 명령으로 비롯되었습니다.^[13] “다마스쿠스의 요한은 성상파괴를 앞장서 비판하면서, 성육신 교리가 예배와 신앙생활에 성상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밑받침해주는 신학 근거라고 지적했”습니다.^[14]

동방정교회 성상파괴 논쟁에 대해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E. McGrath)는 이렇게 기술합니다.

             처음에는 성상파괴 논쟁의 발생 원인이 신학과 무관했던 것으로 보이나, 이 논쟁은 분명 여러 신학 문제들을 일으켰다. 그런 문제 중 하나가 성상 예배도 우상 숭배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2차 니케아 공의회(787)에서 규명했는데, 이 공의회는 예배를 두 종류로 구분했다. 우선 엄격한 의미의 예배(그리스어로 latria)는 오직 하나님께만 올려야 하므로, 성상에게 이런 예배를 올리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타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상에게 적합한 약한 의미의 예배(그리스어로 doulia)도 있었다.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veneration’(흠숭)이나 ‘reverence’(공경) 정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2차 니케아 공의회는 이 두 개념이 대중의 신앙생활에서 자주 혼용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 둘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논쟁이 끝나지는 않았다. 상당히 고요한 시간이 지난 뒤, 815년에 한 황제가 성상파괴를 되살렸다. 이번에도 역시 이웃한 이슬람 세력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바람직한 목표로 삼는 정치적 고려가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시 대중의 지지를 거의 얻지 못한 이런 일을 벌이게 한 동기가 무엇인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역시 이번에도 성상파괴에 마침표를 찍은 이는 한 여제였다. 여제 테오도라가 843년에 성상복구를 선언한 것이다. 이 일이 있은 뒤에는 성상 사용이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았다. 성상파괴 논쟁은 843년에 성상을 다시 허용한 뒤에 이루어진 비잔티움의 성상 생산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개개 성인을 묘사한 독특한 초상 형태의 성상이 만들어진 것을 포함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성상이 발전했다.^[15]

서방교회의 성상숭배에 대해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E. McGrath)는 이렇게 기술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중세 가톨릭교회를 이 교회가 말하는 추상적 신학 사상보다 오히려 이 교회가 제시하는 관습과 이미지를 통해 만났다. 교회 전례, 특히 미사는 인간의 역사와 경험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드러낸 ‘위대한 내러티브’를 드라마처럼 재현했다. 전례를 통해 준행하는 의식 그리고 상징을 담은 전례 속 제스처들은 회중으로 하여금 세계를 인식케 하고 그들 자신이 세계 안에서 갖는 위치를 인식하게 해주었다. 전례는 볼 만한 광경과 가르침, 연극과 도그마를 중세의 세계관을 재차 강조하는 형태로 제시했고, 교회라는 제도가 구원의 도구요 방편으로서 필요한 곳임을 보여주었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었다.

             전례라는 드라마를 보완해준 것이 형상이었다. 이 형상들은 복음서 장면들을 담은 형상이거나 성인들의 형상, 특히 마리아의 형상인 경우가 많았다. 전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복음서 장면들을 교회 벽에 그려 묘사한 것이었고, 후자는 중보(仲保)하는 힘을 가졌다고 교회가 인정하며 선언했던 성인들을 묘사한 것이었다. 성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중개해주는 이요, 보통 사람들의 기도를 듣고 이를 중개하는 이였다. 서유럽 전역의 교회들은 이런 성인 숭배를 성상으로(그림과 제단 뒤편의 장식과 상들을 통해) 표현했다.^[16]

이런 형상에 대해 종교개혁가들은 비판적이었습니다. “개신교가 가톨릭 예술을 비판한 것은 그 예술이 표현하는 신학과 그 신학을 표현하는 데 활용한 방법을 모두 적대시하는 감정의 반영이었”습니다.^[17] 루터는 종교개혁 사상과 가치를 알리는 데 종교 예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츠빙글리와 칼빈은 종교 예술을 우상 숭배로 생각했습니다.^[18] “개혁교회는 어떤 유형의 형상도 엄격히 제거하게 되며, 이 때문에 이런 교회들은 아무런 장식도 없이 흰 회반죽을 바른 벽만 가진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19]

“츠빙글리는 그림과 조각들은 분명 하나님의 선물로 인식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예배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20] 칼빈도 제네바요리문답에서 “우리가 모든 그림이나 조각을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면서 “그것들을 예배에 사용하는 것은 우상숭배적이며 미신적이다”라고 하였습니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