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교회 김태완 목사

왕하 20:12 그 때에 발라단의 아들 바벨론의 왕 브로닥발라단이 히스기야가 병 들었다 함을 듣고 편지와 예물을 그에게 보낸지라 

20:13 히스기야가 사자들의 말을 듣고 자기 보물고의 금은과 향품과 보배로운 기름과 그의 군기고와 창고의 모든 것을 다 사자들에게 보였는데 왕궁과 그의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히스기야가 그에게 보이지 아니한 것이 없더라 

20:14 선지자 이사야가 히스기야 왕에게 나아와 그에게 이르되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였으며 어디서부터 왕에게 왔나이까 히스기야가 이르되 먼 지방 바벨론에서 왔나이다 하니 

20:15 이사야가 이르되 그들이 왕궁에서 무엇을 보았나이까 하니 히스기야가 대답하되 내 궁에 있는 것을 그들이 다 보았나니 나의 창고에서 하나도 보이지 아니한 것이 없나이다 하더라 

20:16 이사야가 히스기야에게 이르되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소서 

20:17 여호와의 말씀이 날이 이르리니 왕궁의 모든 것과 왕의 조상들이 오늘까지 쌓아 두었던 것이 바벨론으로 옮긴 바 되고 하나도 남지 아니할 것이요 

20:18 또 왕의 몸에서 날 아들 중에서 사로잡혀 바벨론 왕궁의 환관이 되리라 하셨나이다 하니 

20:19 히스기야가 이사야에게 이르되 당신이 전한 바 여호와의 말씀이 선하니이다 하고 또 이르되 만일 내가 사는 날에 태평과 진실이 있을진대 어찌 선하지 아니하리요 하니라 

20:20 히스기야의 남은 사적과 그의 모든 업적과 저수지와 수도를 만들어 물을 성 안으로 끌어들인 일은 유다 왕 역대지략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 

20:21 히스기야가 그의 조상들과 함께 자고 그의 아들 므낫세가 대신하여 왕이 되니라 

  사랑하는 형제ㆍ자매님들 본문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히스기야가 무엇인가 실수를 했구나라는 것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수가 그렇게 치명적인가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남유다의 제13대 왕으로 주전 728-687년까지 재위했으며 유다 역사상 3대 현군 중 한 사람입니다.^[1] 그는 그의 부친 아하스와 달리 하나님을 잘 믿어 “이사야, 미가 선지자와 함께 백성의 영적 각성 운동을 벌이는 등 구약 시대 가장 신실한 통치자 가운데 하나로 인정”됩니다.^[2]

  히스기야 재위 6년인 주전 722년에 앗수르 왕 살만에셀 5세가 사마리아를 포위 공격하였고 그의 뒤를 이은 사르곤 2세가 북이스라엘을 멸망시시고 북이스라엘 사람들을 메소보다미아 일대로 추방시켰습니다.^[3]

  이후 “앗수르 사르곤 2세는 가사에서 하맛까지 일어난 반란에 직면”합니다.^[4] 이 반란은 주전 720년경에 진압되지만 주전 713년경에 아스돗과 그 주변에서 또 반란이 일어납니다.^[5] 이러던 중에 사르곤 2세가 주전 705년에 죽습니다.^[6] 앗수르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을 원했던 히스기야는 이 왕권 교체기를 틈 타 저항운동을 펼칩니다.^[7] 그리고 바벨론왕 브로닥발라단도 앗수르에 20년 이상 저항합니다.^[8] 브로닥발라단은 주전 722년 “사르곤이 이끄는 앗수르의 군대가 사마리아를 포위하여 부재 중에 있었을 때 반란을 일으켜 앗수르의 지배에서 벗어났”습니다.^[9] 그리고 브로닥발라단은 주전 710년까지 바벨론을 통치하였으나 사르곤 2세에게 쫓겨났습니다.^[10] 그후 브로닥발라단은 주전 705년 사르곤 2세 사후 다시 6개월 동안 바벨론을 통치하지만 다시 산헤립에 의해 국외로 추방됩니다.^[11] 그러나 브로닥발라단은 주전 702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 남동쪽 엘람의 좁은 지역만을 통치하였지만 계속 앗수르에 저항합니다.^[12] 본문의 바벨론 사절단은 이 시기에 보냈을 것입니다.^[13] 이렇게 사르곤 2세의 뒤를 이은 산헤립은 유다를 제압하기 전에 먼저 바벨론의 저항을 제압했습니다. 그 후 앗수르 왕 산헤립은 반앗수르 정책을 취한 히스기야 왕(단독통치 주전 715) 제14년인 주전 701년경에 진압하기 위해 유다를 공격합니다.^[14] 이 공격으로 히스기야는 유다 모든 견고한 성읍들이 점령당하자 앗수르 왕에게 은 삼백 달란트와 금 삼십 달란트를 줍니다(왕하 18:13-16). 그러나 앗수르는 다시 유다를 공격하여 예루살렘에 이르러 심리전을 펼치면서 하나님을 비방합니다(왕하 18:17-37). 이 공격에 히스기야는 그 옷을 찢고 굵은 베를 두르고 여호와의 전에 들어가서 이사야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하나님을 비방한다고 하면서 기도하소서라고 말합니다(왕하 19:1-4). 신하들이 이사야게에 이 말을 전하자 이사야가 하나님의 말씀을 신하들에게 말하면서 히스기야에게 전하라고 합니다(왕하 19:5-7). 앗수르 왕이 다시 히스기야에게 사자를 보내 편지를 보내자 히스기야는 그 편지를 받아보고 성전에 올라가서 그 편지를 하나님 앞에 펴 놓고 기도합니다(왕하 19:8-19). 이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이사야를 통해 앗수르 왕을 향해 선포합니다(왕하 19:20-34). 이 선포대로 밤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와서 앗수르 진영에서 군사 18만5천명을 죽입니다(왕하 19:35). 그래서 산헤립은 떠나 니느웨로 갔는데 거기서 반역자들에 의해 칼로 죽임을 당합니다(왕하 19:37). 히스기야는 이런 믿음의 거인이었습니다. 왕하 18:13-20:21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하면, “히스기야의 발병과 십오년 생명 연장-히스기야의 실수-앗수르의 제1차 유다 침공-앗수르의 제2차 유다 침공으로 정리”됩니다.^[15] 이 연대기적 순서에 대해 히스기야의 발병과 생명연장 사건이 앗수르의 제1차 유다 침공과 제2차 침공 사이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16]

  오늘 본문은 ‘히스기야의 실수’에 해당합니다(왕하 20:12-21). 이 실수 이후에 앗수르 제1차 침공과 제2차 침공을 해 올 때 그는 제2차 침공 때 믿음의 기도로 전쟁에서 큰 승리를 했습니다. 그 전쟁은 여호와의 사자가 앗수르 군대 18만5천명을 죽인 하나님의 전쟁이었습니다(왕하 19:35). 이것을 보면 분명 히스기야는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본문에서는 그가 실수 후에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 “당신이 전한 바 여호와의 말씀이 선하니이다”라고 말하면서 “만일 내가 사는 날에 태평과 진실이 있을진대 어찌 선하지 아니하리요”라고 말하였을까요?

  그가 병들었을 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기도한 것과 너무 대조를 이룹니다.

  히스기야는 병들어 죽게 되었습니다(왕하 20:1). 그리고 이사야가 이것에 대해 하나님의 말씀을 히스기야에게 선포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너는 집을 정리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하셨나이다”

  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보통 ‘기’가 죽어 무엇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히스기야는 달랐습니다. 이 예언의 말씀을 듣고 그는 낮을 벽으로 항하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왕하 20:2). “여호와여 구하오니 내가 진실과 전심으로 주 앞에 행하며 주께서 보시기에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왕하 20:3). 그리고 히스기야는 심히 통곡합니다(왕하 20:3). 이 기도와 통곡을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생명을 연장시켜 줍니다(왕하 20:4-6).

  이런 믿음의 기도를 왜 히스기야는 바벨론 사신들에게 보물고 등을 보인 사건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에 대해서는 하지 않았을까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히스기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격동의 시대에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행하기가 어럽다는 것입니다. 히스기야가 분명 개혁자였고 믿음의 거인이었지만 그가 ‘실수’한 것과 ‘놓친’ 것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문범은 히스기야에 대해 이렇게 언급합니다.

               히스기야는 처음에는 군사력을 의지했다. 그러자 앗수르가 군사기지 라기스를 쳤다. 이어서 동맹을 많이 만들어 남쪽 애굽과 북쪽 바벨론을 의지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도 무위로 끝났을 뿐 아니라 해로움으로 돌아왔다. 솔로몬이 인간의 지혜로 행하여 쓴 열매를 남겼는데 히스기야도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히스기야가 남긴 열매는 아들 므낫세 대에서 나타나게 된다.^[17]

  존 와츠(John D. W. Watts)는 히스기야에 대해 이렇게 언급합니다.

               히스기야는 자유의 꿈에 너무나 몰두해 있어서 므로닥발라단의 편지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모험의 아이디어에 기쁨으로 응답했다. 상황을 주의 깊게 평가하지 못한 그의 잘못이 자신의 보좌와 왕궁과 성전과 모든 소유와 수도와 심지어는 장차 후손들에게 이르기까지 타협의 대상으로 넘겨주고 만 것이다. 히스기야는 이루지 못할 자유와 독립이라는 꿈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바친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상으로 끝나고 말았다. 히스기야는 당장 일이 잘되어 가는 것 같아서 만족했다. 예루살렘이 일시적으로 구조되고(37장), 15년이나 생명을 연장받고(38장), 자기 때에 일시적으로 평안과 안보를 약속받은 것이다(39장). 그에게는 긴 안목이 부족했고, 이를 위해 일하려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그의 경건함은 순간의 기도에 불과했다. 이사야의 환상은 하나님의 지속적인 목적에 관련된 신앙을 촉구한다. 그것은 영광스러운 과거와 확고부동한 미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히스기야의 경건함은 이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18]

  본문에서 히스기야의 기이함은 이문범과 존 와츠가 언급한 것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유다 3대 현군에 들어갈 정도의 ‘신앙의 거인’이었지만 인간의 한계로 인해 앗수르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동맹맺기에 힘썼고 이로 인해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놓쳤습니다. 믿음이 있으나 긴안목보다는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평안과 안보, 그리고 위기 모면이었습니다. 그가 연장받은 15년의 생명은 앗수르로부터 독립은 이뤘지만 그의 아들 므낫세를 신앙인으로 성장시키지 못한 우를 범하였습니다. 결국 므낫세는 유다 역사상 가장 악한 왕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히스기야의 15년 생명 연장이 짧은 이유도 있지만 그가 하나님의 긴 안목을 보지 못하고 현실의 문제에 매몰되었기 때문에 후대를 키우지 못한 이유가 더 클 것입니다. 므낫세가 왕이 될 때 나이가 12세 입니다(왕하 21:1). 므낫세를 믿음의 사람으로 교육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가능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형제ㆍ자매님들 오늘 본문 히스기야를 통해 우리들은 현재의 위기극복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파악하는 긴안목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참고문헌

가스펠서브. 『라이프 성경사전』. 가스펠서브 편. 서울: 생명의말씀사, 2006. 4쇄, 2008.

이문범. 『역사지리로 보는 성경: 구약편3 열왕기상 - 포로기 이후』. 서울: 사단법인 두란노서원, 2017. 3쇄, 2018.

제자원. 『옥스퍼드 원어성경대전: 열왕기하 제18-25장』. 서울: 제자원, 2006.

Watts, John D. W. Isaiah 34-66. 강철성 옮김. 『WBC: 이사야(하)』. 서울: 도서출판 솔로몬, 2002. 3쇄,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