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교회 김태완 목사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질문과 답은 황대우 편역의 『문답식 하이델베르크 신앙교육서』를 따른다.

110문 하나님께서 제8계명에서는 무엇을 금하십니까?

답.....하나님께서는 정부가 처벌하는 도둑질과 강도짓만 금하신 것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우리 이웃의 재산을 우리의 것으로 삼으려는 생각으로 하는 모든 악한 속임수와 간계도 역시 도둑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폭력을 수반하거나 정당성을 가장하기도 하는데, 부당한 저울이나 자, 되, 사기, 위조, 폭리, 혹은 하나님께서 금하신 모든 수단들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탐욕과 자신의 은사를 무익하게 낭비하는 것도 역시 [도둑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111문 이 계명에서는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무엇을 명령하십니까?

답.....내가 할 수 있고 해도 되는 곳에서 내 이웃의 유익들을 증진시키되, 사람들이 내게 대접해 주기를 원하는 만큼 그렇게 하고, 내가 가난한 자들에게 그들의 필요를 도울 수 있도록 성실하게 일하는 것입니다.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읽으시고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제8계명은 도둑질하지 말라입니다(출 20:15). 이 계명의 “기본적인 취지는 서로의 재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1] “그러나 이 계명이 목적어를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2] “유괴/납치와 같은 다른 사람에 대한 범법 행위를 금하는 것”입니다(Jacobson; Alt; Sarna).^[3]

송병현은 『엑스포지멘터리 출애굽기』에서 “학자들이 이렇게 해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라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4]

             첫째, 바로 앞에서 선포된 십계명은 모두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행위를 금하고 있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거나, 살인하거나, 간음을 하는 경우 모두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위증을 금하는 다음 계명 역시 범죄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들 사이에 끼어 있는 이 계명 역시 그러한 취지라는 것이다.

             둘째, 재산권 보호는 마지막 계명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계명이 재산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이 두 계명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다.

             셋째, ‘훔치다’(גנב)라는 동사를 사람에게 적용하여 사용하는 “사람을 납치한(גנב) 자가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 수하에 두었든지 그를 반드시 죽일지니라”(출 21:16)와 “사람이 자기 형제 곧 이스라엘 자손 중 한 사람을 유인하여(גנב) 종으로 삼거나 판 것이 발견되면 그 유인한 자를 죽일지니 이같이 하여 너의 중에 악을 제할지니라”(신 24:7)는 유괴 내지 인신매매를 금하는 조항들이다(cf. Alt; Childs).

             넷째, 이스라엘처럼 유목과 농경을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는 각 개인의 재산권 보호는 그다지 큰 쟁점이 아니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러한 사회의 성향 자체는 철두철미한 재산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Sarna).^[5]

“이 계명이 어떠한 목적어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Stuart; Enns; Dozeman). 그래서 “원래의 의도는 유괴와 인신매매였을지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재산권도 포함하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6]

“이 계명이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청지기로서 물건들을 적당하게,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방식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눅 16:1-13).^[7] 더 나아가 “이웃의 유익을 증진시키며, 우리의 이웃이 어떤 특별한 필요 가운데 있을 때,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사 58:7; 엡 4:28).^[8]

오늘날 자본주의 원리에 국가경제가 운영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 계명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력’이 사람들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제력’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계명은 사회유지에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 ‘경제력’은 자본주의 체제에 속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사람들의 죽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재산권 인정’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 계명은 대한민국이 신뢰할 수 있는 나라인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암울합니다. 2023년에 대한민국에 강타하고 있는 ‘전세사기’는 인천과 대전, 그리고 수원과 전 도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도적인 약점도 있지만 사람들의 도덕성이 근본적으로 무너져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 실례입니다. 대한민국이 신뢰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 이 계명이 다시 확고하게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계명을 지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길 기도합니다.